[시카고 설경/체감온도 -45 F]
5일째 내리는 눈 속을 달리며
:하키 첫 골 넣다

2013년 마지막 날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연이어 5일째 내리던 거리 풍경을
달리는 차 속에서 담아 보았어요.

현재기온 -16 F 에 체감기온 -45 F 인 오늘은
겨울 방학을 끝내고 학교 첫 등교 날인데,
전체적으로 이틀 휴교령이 내렸어요.
그 덕에 아이들 방학을 더 즐기게 되었네요.
어제까지 하염없이 내리던 눈이
오늘은 그치고
푸르른 가을 하늘처럼
맑고 깨끗한 푸른 하늘을
뽐내고 있네요.

시카고의 설경은 겨울이면
흔히 볼 수 있지요.
하루 내린 눈이 온 거리에
가득하고, 차에 치인 흰 눈이 구르다 까매지고
하얀 눈의 환상이 깨지는 순간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시카고의 눈 길은
아직까지도 저에게는
겨울이면 익숙한 일상임과 동시에
매해 새롭기도 하고
때론 낯설기도 하고
여름과 겨울의 큰 온도 차가
적응 될 만도 한데
언제나 새롭고 당황스러울 때가 더 많은 듯 하네요.
참 심심할 틈 없는 곳이지요.

날씨가 변덕스러운 만큼
이곳의 사람들의 성격도 변덕스럽다는
미국 중부지역에 자리잡은 시카고
해피앨리슨네는 도시에 자리잡고 있지 않고,
약간 떨어진 근교에 살아요.
복잡하고 좁은 길 대신
넓은 길을 달리며 때론 휑한 거리
넓은 하늘의 양쪽 끝이 지평선에
둥글게 맞닿는 풍경을 좋아하는 저는
좀 무리하게 밟아 고속도로 달리는 것을 좋아하지요.

어제는 현성이의 하키 게임이 집에서 60-65마일로
고속도로를 쉬지 않고 달리면 40분정도면
갈 수 있는 곳에서 있었지요.
이 길이 제가 5년을 넘게 출퇴근 하던 길 이라네요.
트래픽이 없는 날이면 눈치껏 70마일 넘게 달려
20분만에도 가던 때도 있었지요.
눈이 너무 많이 오고
출퇴근시간이면 세시간을 고속도로에서 갇혀
별보고 출근했다가 별보고 들어 오던 때도 수도 없었고요.
보통 출퇴근 길은 한 시간,
겨울은 한 시간 반 운전길이였지요.

그 길을 하키게임이 있어 또 다시
눈 길을 헤치며 가게 되었네요.
오늘 운전은 남편이 했고요.
저는 옆에서 달리는 사이 사이 사진 찍기에 열중했네요.

남편도 저도 시카고 눈길 운전 20년 경력이면
이런 눈길 운전쯤이야 문제 없지만
달리는 중 한 참 앞에 사고가 났다는 신호가 차에서 울리니
얼마나 큰 사고일까 걱정은 되더군요.
사고란 운전 실력을 뛰어 넘는 예상치 않는 상황에
일어나기에 상대방도 나도 주의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제 차는 눈 길에 운전하기에 조금 위험한 차라
직장 다닐 때 많이 미끄러지고
빠지기도 하고, 엄청 기어 다니기도 했는데
그래서 긴장을 많이 했었던 기억이 새삼 나네요.
어제는 남편 덕에 달리며 설경을 감상하는 것으로
편안하게 눈 길을 달려 보았지요.
달리는 차 안에서 즐길 수 있는
고속도로 옆의 숲들의 정경이에요.
앙상한 가지들 위에 쌓인 눈이
하얀 나무숲 같아요.

매해 볼 때마다 감탄사를 부르는 설경이지요.
여름은 녹음이 짙고,
겨울은 설경이 가득한 이곳
자연이 주는 맑고, 깨끗한 공기가
정말 아름다운 곳이네요.
이런 눈 속에서 추위에 마냥
낭만만을 말한다고
얄밉다 하실 분들도 있으시겠어요.
때론 지치고 힘든 생활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아 즐길 수 있다면
누군가의 힘겨운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낭만이 될 수도 있을 듯 하네요.

매일 새벽 4-5시면 일어나서
한 시간 반 때론 세시간 눈 속을 달리면서도
이 풍경들을 맘에 담고 다녔기에
운전길이 유일한 제 생활의 휴식처일 때가 있었네요.
생각하기 나름인 듯 해요.

눈 속에 갇혀 있어 못나가면 못나가는 대로
이 추위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지금의 삶
지루하다 생각하면 지루 할 수도 있는 오늘
그저 따뜻하게 집안에서 있을 수 있어 감사하다 생각하면
그 나름대로 즐거운 하루죠.

일요일 한가한 시간이라
한 시간 반정도 달려 눈 길을 헤치고 도착했더니
생각보다도 지체된 팀원들도 많아서
게임시간 간신히 맞추었네요.
조마조마한 순간들
한 골씩 넣을 때마다
목 터져라 외치는 함성
바깥 날씨와는 상반되는 뜨거움의 열기
아깝게 스치는 골에
흘러나오는 아쉬움의 외침
하나의 퍽 (Puck)을 두고
몸싸움과 스틱의 화려한 놀림으로
치열한 양팀의 대결
가슴 졸이며 어떤 어른들의 경기를 볼 때 마나
더욱 긴장되는 이 순간에
현성이의 한 골로 더욱 뜨거워진 경기장
드디어 한 골 넣었네요.

현성이 팀의 치솟은 사기는
어제의 그 날씨를 무릅쓰고
온 현성이 팀의 승리로 마무리 지어 졌지요.
팀원의 의리와 열정이 이루어낸 승리
첫 골을 넣은 현성이
어린 나이이지만
책임감 있고, 최선을 다하며
팀원의 배려가 멋있는 운이에요.

굳은 날씨에도 게임을 위해 최선을 다해 먼 길을
달려와준 모든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네요.

오후 집으로 오는 길
많은 눈이 언덕을 이룬 곳
코슷코(Costco)에서 겨울 식량 몇 가지 담으려 들렸는데
정전으로 15분 문을 닫았더군요.
기다리는 동안 그 넓은 주차장 한쪽에 쌓아둔 눈 언덕에서
아이들 한 컷 인증샷 남겼어요.
저런 눈 언덕이 군데 군데 많아요.

어느덧 어스름에 날이 어두워지고
잠깐 눈이 멈춘 듯 눈이 내리진 않네요.
그래도 흩날리는 눈이
눈앞을 가로막고
얼굴에 닿는 차가움이 발을 동동거리게 하네요.

아침부터 서둘러 준비해서
다녀온 눈길 여행
알찬 겨울 나들이였어요.
부디 추운 날씨, 험한 눈 길 운전 조심하시고
건강 주의하는 겨울 되시길 바라며
오늘 하루도 기쁨 넘치는 하루 되셔요. ~
--> [시카고 눈오는 날의 거리 풍경과 집앞풍경]
하루사이 이렇게 내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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