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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사전: 이외수] 언어는 생물이다
















 

 

 

 

가끔 나의 하루에 물음표가 생길 때

들춰보면 그래도 한숨보다는 위로가 되고

이해가 되기도 하고, 공감이 되기도 하는 책이다.

깊은 세월에서나 나올 법한 삶을 한번 꺽어 다른 시각으로 풀어보는 위트

읽다보면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웃다보면 막혀있던 가슴의 멍울이 풀리며

나도 한줄 적어보게 만드는 속시원함이 담긴 책이다.

이미 오래전 읽었던 터라 눈으로 속독하며

한 권을 훑어 몇글만 옮겨본다.

 

- HappyAllyson

 

 

 

 

 

 

호롱불

 

초가삼간 토담벽에 펄럭이는 세월이다.

세월 속에 피어나는 한 송이 연꽃이다.

어머니 귀밑머리에 스며드는 놀빛이다.

천 년을 침묵으로만 다스려 온

설레임의 불꽃이다.

겨울밤 심지가 타들어가는 아픔으로

피워 올린 그리움이다.

흥건한 눈물이다 (p.52)

 

 

겨울

 

깊은 안식의 시간 속으로 눈이 내린다.

강물은 얼어붙고 태양은 식어 있다.

나무들이 앙상한 뼈를 드러낸 채 회색 하늘을 묵시하고 있다.

시린 바람이 비수처럼 날아 와 박히고 차디찬 겨울비가 독약처럼

배어 들어도 나무는 당분간 잎을 피우지 않는다.

만물들이 마음을 비우고 동안거에 들어가 있다.

모든 아픔이 모여 비로서 꽃이 되고 열매가 됨을 아는 날까지

세월은 흐르지 않는다.

겨울도 끝나지 않는다. (p.6)

 

 

방랑

 

아무런 행선지도 없이 떠도는 일이다.

떠돌면서 구름이 되고 바람이 되는 일이다.

외로운 목숨 하나 데리고 낯선 마을 낯선 들판을 홀로 헤매다

미움을 버리고 증오를 버리는 일이다.

오직 사랑과 그리움만을 간직하는 일이다. (p.7)

 

 

바람

 

휴지조각들이 을씨년스럽게 날아 오르는 겨울의 공터에서,

개나리가 오스스 꽃잎을 떨고 있는 봄날의 담벼락 밑에서,

바다가 허옇게 거품을 뿜으며 기절하는 여름의 해변에서,

낙엽들이 새 떼처럼 허공을 가로지르는 가을의 숲 속에서

장님도 바람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귀머거리도 바람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바람은 살갗만을 적셔주는 대지의 입김이 아니라

온 가슴을 적셔주는 신의 입김이기 때문이다. (p.10)

 

 

 

 

시계

 

하루를 시간별로 스물네 토막씩 절단하는 기계.

 

 

삼라만상

 

라면 세 그릇으로 가득 채운 상.

 

 

정신병자

 

제 정신만으로 살아가는 인격자.

 

 

불만

 

불연소된 욕심의 찌꺼기다.

성냥개비 한 개만한 능력으로 대궐만한 집을 지으려 드는 사람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말씀의 진의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감정이다.

가열되면 증오로 변하거나 배반으로 변한다.

그러나 불만이 없으면 개선도 없다. (p.37)

 

 

 

달팽이

 

한여름의 고독한 여행자.

그러나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집을 한 번도 떠나 본 적이 없는 여행자.

 

 

소망

 

자신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욕망이라고 하고

타인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소망이라고 한다.

욕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타인의 희생이 필요하고

소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희생이 필요하다.

욕망은 영웅을 따라다니지만 소망은 신을 따라다닌다.

그러나 소망과 욕망은 같은 가지에 열려 있는 마음의 열매로서

환경의 지배와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그 형태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p.51)

 

 

불행

 

행복이라는 이름의 나무 밑에 드리워져 있는 그 나무만한 크기의 그늘이다.

인간이 불행한 이유는 그 그늘까지를 나무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p.64)

 

 

 

 

모든 이름들은 하나의 섬이다.

모든 영혼들도 하나의 섬이다.

모든 혹성들은 하나의 섬이다.

모든 성단들도 하나의 섬이다.

섬에서 섬으로 그리움의 바다가 흐른다.

가슴 안에 간절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는 자들만이 섬과 섬 사이를 오갈 수 있다. (p.90)

 

 

 

날개

 

산을 넘고 싶은 소망이 날개를 가지게 만든다.

바다를 건너고 싶은 소망이 날개를 가지게 만든다.

인간은 육신의 날개는 없지만 영혼의 날개는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인간들은 한평생 자신에게 그런 날개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산다.

욕망에 눈이 가리워져 소망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p. 91)

 

 

자만심

 

이 세상 만물들이 모두 자신의 스승임을 자각하지 못한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가장 심오한 착각.

 

 

명예박사

 

자신이 진짜박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대학이나 학술단체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사람.

 

 

 

보석

 

허영을 장식하는 고가의 돌멩이다.

보석의 세가지 특질은 희귀하다는 점과 아름답다는 점과

강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마음의 눈으로 들여다보면 이 세상 만물 중에서

그 세 가지 특질을 가지고 있지 않은 존재는 아무 것도 없다. (p.106)

 

 

 

 

행복

 

모든 인간들의 최대 희망사항이다.

소크라테스에 의하면 인간은 사랑을 주고받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그리고 사랑을 유발시키는 것은 아름다움이라고 한다.

아름다움에는 내적인 아름다움과 외적인 아름다움이 있으며

작은 아름다움과 큰 아름다움이 있다.

스스로가 신의 크기와 같은 아름다움을 가지고 신의 크기와 같은 사랑을

관조하는 것이 인간의 궁극적인 목표다.

그러나 수많은 인간들이 욕망에 눈이 멀어 진실한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다.

진실한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므로 진실한 사랑도 할 수가 없으며

진실한 사랑을 할 수 없으므로 진실한 행복도 느낄 수가 없다. (p. 116)

 

 

 

사랑

 

반드시 마음 안에서만 자란다.

마음 안에서만 발아하고 마음 안에서만 꽃을 피운다.

사랑은 언제나 달디단 열매로만 결실되지는 않는다.

사랑에 거추장스러운 욕망의 덩굴식물들이 기생해서 성장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나를 비우고 너를 채우려 할 때 샘물처럼 고여든다.

그 샘물이 마음 안에 푸르른 숲을 만든다.

푸르른 낙원을 만든다.

온 천지를 둘러보아도 사랑의 반대말이 없으며 온 우주를 살펴보아도

아름다움의 반대말이 없는 낙원을 만든다.

사랑은 바로 행복 그 자체다. (p.117)

 

 

이슬

 

새벽에 내린다.

만물이 깊이 잠든 안식의 새벽에 소리없이 내려와 꿈을 적신다.

신의 서늘한 입김이다. 생명의 속삭임이다.

사물들의 표면에 닿아 물방울이 되고 물방울은 땅에 스미어 옹달샘을 만든다.

옹달샘은 그 흐름을 다하여 바다에 다다른다.

이슬은 바다의 투명한 미립자다.

모든 생명의 기원이다. (p.153)

 

 

호수

 

고여 있는 슬픔이다.  고여 있는 침묵이다.

강물처럼 몸부림치며 흐르지 않고 바다처럼 포효하며 일어서지 않는다.

다만 바람부는 날에는 아픈 편린으로 쓸려가는 물비늘.

기다림 끝에 흘리는 눈물들은 기다림 끝에 흘린 눈물들끼리 한자리에 모여 호수가 된다.

온 하늘을 가슴에 담는 사랑이 된다. (p.170)

 

 

가을

 

영혼마저 허기진 시인의 일기장 갈피로 제일 먼저 가을이 온다.

고난의 세월 끝에 열매들이 익고 근심의 세월 끝에 곡식들이 익는다.

바람이 시릭 하늘이 청명해진다.

사랑은 가도 설레임은 남아 코스모스 무더기로 사태지는 언덕길.

낙엽이 진다.  세월도 진다.

더러는 소리죽여 비도 내린다. 

수은주가 떨어지고 외로움이 깊어진다.

제비들이 집을 비우고 국화꽃이 시든다.

국화꽃이 시들면 가을이 문을 닫는다.

허기진 시인의 일기장 갈피로 무서리가 내린다.

가을이 끝난다.

가을이 끝나도 외로움은 남는다. (p.184)

 

 

일기장

 

신이 하루종일 시간에 멱살을 잡혀 끌려다닌 흔적들을

날마다 문자로 정직하게 실토해 놓은 고백록.

 

 

눈물

 

지상에서 가장 투명한 시.

 

 

 

석탄 속에 들어 있는 목화구름.

 

 

새벽

 

매복하고 있던 어둠이 은밀히 살해당하고 빛의 첨병들이 낮은 포복으로 진군해

들어오면 새벽이다.

사무들이 어둠의 포박에서 풀려나와 조금씩 선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면

청소부들이 살해당한 어둠의 부스럭지들을 비질하고 도시는 나지막하게

기침을 하며 잠을 깬다.

시간이 청명하게 세척되어 있다.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들은 바로 이 시간에 남을 위해 기도한다.

신이시여,

영혼의 어둠 속에서 고통받는 모든 이들에게도 당신의 새벽이 오게 하소서.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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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앨리슨의 독백] 어둠 속의 시간여행














 


 

 

 

 

어둠 속의 시간여행

 

 

눈을 감고

잠깐의 명상을 해 본다

땅의 봄기운이 코 끝으로 느껴진다

 

눈을 감으면

너무나 많은 세상이 열린다

육체의 눈꺼풀만 닫혔을 뿐인데

내 영혼의 눈은 그제야 열린다

 

눈만 감았을 뿐인데

내 앞의 더럽고 지저분한 현실은 온데 간데 없고

베란다 문 밖 땅 위의 덮여있는 수북한 눈도 무색할 만큼

내 코 끝으로 봄의 기운이 느껴진다

 

아직 설레기에는 이른 봄이지만

눈꺼풀 하나 닫았을 뿐인데

추운 겨울은 어느새 봄의 옷깃에 매달려 꽃을 피우려 한다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가지고 사느라 놓쳐버리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새삼 밀려드는 순간

눈만 감았을 뿐인데

향수가 느껴진다

내가 놓치고 살아온 지난 시간 속의 아름다움이 밀려온다

 

눈앞의 어두움 속에

밝아지는 빛을 쫓아 무안한 시간여행을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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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침묵속의 공감]생의 한가운데 나나의 편지 중















침묵속의 공감

 

 


 

 

마음을 털어버리고 나면

우리는 보다 초라해지

두배나 더 고독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속을 털어 놓으면 털어 놓을수록

그 사람과 가까워진다고

믿는 것은 환상에 불과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는데는

침묵속의 공감이라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생의 한가운데 나나의 편지 중]











오랜된 책상속에서

더 오랜된 추억을 발견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a question

-[Shakespeare, Hamlet]

 

 

 

내 삶이 이분법으로 나뉘었다면

나의 고민은 햄릿의 저 문구였을 그때

 

오래된 일기장에 적어 두었던

읽었던 책의 한문구가 와 닿는 밤이다.

길고긴 여정을 고독하게 걸어갔어야 했던 한 여인

 

고독을 즐길 줄 알고,

침묵속에서 공감을 찾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난 성공한 삶을 살고 있으리라

지금 떠오르는 친구가 있는가....

 나와 침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이가 떠오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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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백]하얀 어둠















 하얀어둠

 

[아픔을 느낄 수 있는 삶은 당신께 한발

 다가갈 수 있는 선물입니다.]

 

 


 







하얀 어둠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어둠은

내 눈앞에서 하얀 그림자로 늘어 뜨리워지고,

무거운 눈꺼풀조차 잠못 이루게 하는

숨막히는 고통이 

수 많은 밤을 지새우게 할 때

살고자 하는 욕구가 목구멍에

밥을 밀어 넣는 순간에도

가슴이 미어져 눈물이 심장으로 흘러

내 숨이 멈출 것 같은 고통속에서도

멈출 수 없는  단 하나,

그대를 그리워 하는 시간의 흐름

시간을 쫓아 와 멈춘 곳이

내 영혼의 깊은 갈망이였다.

 

결국은 그 어떤 것도, 그 무엇도

내 것이 되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깊은 사랑 그보다 더 깊은 아픔,

그래서 아물지 않는 상처에 의한 절망조차도

나의 것이 되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지금까지 흘러오며

아파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았을까

 뜬눈으로 지새웠던 수많은 밤들이

내 희망이 되었을까

 

내 영혼의 깊은  목마름이라는 불치병으로

까만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한발 더 그대에게 다가가본다.

 

<A.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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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죽 한그릇의 사랑














 

 

 

 

 

 

 

 

 

 

 

 

 

 

 

 

 

 

 

 

죽 한그릇의 사랑

 

 

 

 

 

누구나 아픔을, 상처를 품고 산다.
그 어떤 기준으로, 과거든 현재의 아픔을 서로 비교하여

당신의 아픔이 내 아픔보다 덜 하고 더 하다 할수 있을까.
각자마다 내가 담을 수 있는 그릇의 크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 그릇이 간장종지이면 그만큼의 아픔밖엔 담지 못하고

그 만큼밖에는 이겨내지 못하는법
그 그릇의 크기를 정하는것도 내 뜻과 의지로 안되어

사발만한 아픔을 간장종지에 담으려다

 깨버리고 마는 것이 인간이 아닐까 싶다....

바다를 담을 만큼은 아니여도

내 아픔을 넘어서

이웃의 아픔과 상처와 고통까지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려면 어느만큼의 그릇이 되어야 할까?
어디까지 나 자신을 빚어 나가야 하는 걸까?
한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도예가들처럼

하나의 완벽한 도자기를 빚기위해

불구덩이 앞에서 그 오랜시간 인내하고

완벽해 보이는 도자기를 한숨에 부숴 버리는

냉철한 결단력을 얻기위해서, 나는... 

나 자신의 오만함과 욕심을  깨버리기 위해 나는....

얼마만큼의 노력과 인내를 불구덩이 앞에서

나 자신을 견뎌내고, 이겨내야 하는 것일까.


하나님은 그렇게 인내를 가지고

인간을 빚어 내어 생기를 불어 넣으신 것일까
그러고도 아들까지 내어주는 아픔을 감당 하셨는데,

인간이, 자기 아픔하나 담지 못해 괴로와 하고 있는 것인가

내가 포용할수 있는 내가 이겨낼수 있는

내 그릇의 크기는 얼마인가
그것을 알기위해 그분을 찾아 긴 여행길에 오른다.

 

아픈이의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죽 한그릇의 사랑이라도 내게 있다면

간장종지만한 아픔을 사발에 담을 것을 걱정하기보다

죽 한그릇의 사랑을

배풀 수 있는 크기의 사랑으로

그들의 아픔을 담아보기를 기도하며 아침문을 연다.....

 

- HappyAllyson

 

 


 

 

한사람의 아픔을 지켜본다는 것은

어찌보면 나를 기다리고 참아내는 고뇌의 순간이고  

인내의 순간이란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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